세포의 소기관(organelle) 가운데 하나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관여하는 세포사멸(apoptosis) 경로가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동정됐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 저명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10월 7일자(310권, 5745호, 66-67)에 게재됐다. 미토콘드리아에는 섭취한 영양 성분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 이를 ATP 형태로 저장하는 작업에 동원되는 다양한 효소들이 존재한다. 세포가 자그마한 일이라도 활동하기 위해서는 ATP 형태의 에너지가 적절히 공급되어야만 한다. 만약에 미토콘드리아로부터 ATP가 제때 적절한 장소에 공급되지 못하면 세포는 정상적인 활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제 구실을 못하는 세포는 사멸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 세포의 사멸과 관련해 보고된 연구 사례들은 10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방대한 양의 정보가 학계에 보고됐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신호 경로가 미토콘드리아의 적절한 에너지 공급 결핍으로 인한 세포사멸에 관여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형편이었다. 이번 연구 결과에는 이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예정된 세포사멸 과정을 불리기도 하는 아폽토시스는 정상적인 세포의 생명주기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복제된 세포가 너무 과도하게 많거나 아니면 세포가 입은 손상이 간단한 복구 작업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찾기 어려운 경우, 돌연변이(mutation), 세포 감염(infection) 등이 발생했을 때 아폽토시스 기작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세포에 DNA 돌연변이가 발생해 이를 복구하기 불가능해지면 아폽토시스 기작이 작동해 종양(tumor)의 발생을 차단한다. 아폽토시스 과정의 핵심단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토콘드리아의 막이 붕괴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붕괴 과정으로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있어야 할 단백질 일부가 밖으로 유출되면서 아폽토좀(apoptosome) 생성이 탄력을 받는다. 아폽토시스의 핵심 단계 가운데는 미토콘드리아의 붕괴 이전에 진행하는 것도 있다. 이처럼 미토콘드리아의 붕괴를 전후로 해서 세포 아폽토시스 단계를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연구진은 이 두 가지 경로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미토콘드리아 붕괴 이전에 진행하는 경로에서는 Bcl-1라는 단백질이 관여하고 후자의 단계에서는 카스파아제(caspase)라는 효소가 관여하는데 두 가지 모두 세포막의 약화를 유도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소멸시킨다는 공통점을 갖는다.